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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목 집사님을 기리며
2022.01.23 16:34
원로 집시님이신 이병목집사님이 소천하신 2022년 1월 11일이 두 주일이 지났습니다만 아직도 금방 전화 하면 응답하실 것 같은 착각이 있습니다. 아마도 코비드 관계로 다 들 모여 장례 예배도 못 드리고, 단출한 가족예배로 예배를 대신 할 지도 모른다는 전언도 있은 터에, 모든 게 어수선하고 일정이 잘 잡히지 않는 작금의 코비드 상황이라 아직도 망자께서 영안실에 계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고인의 엊그제 같은 모습만 그려지며 덧없는 게 우리네 인생임을 반추합니다.
이병목 집사님은 일요 예배 후 교회 식당에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식사할 때 늘 과묵하셨지만 골프 얘기만은 늘 초미의 관심사이셔서 한마디 거들곤 하셨지요. 워낙 골프를 좋아하셔서 작년 늦가을까지 매주 두세 차례씩 가까운 라미라다 골프장 등에서 운동하셨는데, 식도락가이기도 하신 성품으로 인근의 어느 식당은 음식이 어떻고 서비스가 어떻고 한 상세한 내막을 꿰뚫고 계셔서 그룹의 식당 선택을 늘 도맡아 물색 하곤 했는데 한번도 같이 간 사람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집사님은 가끔 품에서 조그만 곡주 병을 꺼내 일회용 컵에 따라주며 일행들 입가심을 하게 하는 토속의 구수함도 서려있는 분이었습니다. 코비드 전, 심양 목장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졌을 때는 늘 권사님과 함께 열성을 내시어 참여를 하시고 교회 시니어들에게 마음을 주시어 화목을 리드 하시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코비드 관계로 만남이 소원해진 멤버들에게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앞설 뿐입니다.
교회에서 행사 때마다 윗어른 시니어로 앞에 나가 아이들에게 덕담과 선물을 나누어 주는 임무도 맡으시고, 이정숙 권사님과 함께 교회 일에 음으로 양으로 일을 하셨지만 언제나 티를 안 내시었으며, 그저 교회에서 존재를 보이시는 것 만으로 모든 이에게 정감을 주셨던 이병목 집사님을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게 된 것이 허망하기도 합니다.
작년 10월, 용기를 내 샌디아고 동쪽 줄리안 근처로 이 박 캠핑을 세 시니어 집사들이 다녀왔는데 그때만 해도 이집사님은 암 투병을 원만하게 해 내시는 중에 맑은 공기도 마시면서 좋은 시간을 가지신 게 이 세상의 마지막 회동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여행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 가까이 헤맸는데 집사님은 시종 한마디도 초조해 하거나 불쾌한 기색을 안 하셔서 내심 여간 미안하고 고마운 게 아니었습니다. 캠핑 장에서의 이병목 집사님은 착실한 학생처럼 매사를 거들면서 신나 해 다들 힘든 먼 길 여행이고 두 밤 자는 강행군이었지만 나름의 보람을 갖고 셋 다 합치면 무려 240년 넘은 연령의 무사 귀환을 자축 하기도 했습니다.
이집사님은 한국에 사실 때 비즈니스도 크게 하면서 당시 그리 쉽지 않던 골퍼이기도 하셨다지만 제가 알고 지낸 지난 몇 년간 따님 비즈니스와 손주들 뒷바라지에 자상한 할아버지 몫을 하면서 교회의 웃어른으로 버팀목이 되어 주시었습니다. 홀연히 가셨지만 그간의 육체적 어려움 속에서나마 마지막 운명하시기 전 날은 목사님의 기도를 받으시었고, 돌아가시기 전에는 힘들어 하는 권사님께 미소까지 지어 보이시는 여유를 남기셨다는 전언대로 고통 없고 번민 없는 그곳에서 영혼의 평안을 얻고 계실 것을 믿습니다. 주 안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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