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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날 소고

2017.05.15 00:08

관리자 조회 수:212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석같이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소중함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새삼 일상적인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 살펴보게 되는 것은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의 사랑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625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살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오셨습니다. 아마 난리가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귀할 때 두 외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두 분이 마을 친구 분이셔서 믿고 맡기실 수 있는 가정이어서 그랬는지 일찍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시절은 다 그랬다고 하지만 위로 시 부모님과 시 조부모님과 밑으로 네 명의 시동생들을 섬겨야 하는 시집살이를 불과 19살에 시작을 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딸아이보다도 더 어린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 힘든 시집살이를 견디어 냈을까 새삼 어머님의 사랑과 무게가 크게만 느껴집니다.

 

스무살에 큰 형님을 낳고 스물일곱에 막내인 저를 낳았으니 시집살이 하랴, 자녀들 돌보랴 한시도 눈코뜰새 없이 손에 일거리를 쥐고 살았을 어머님의 고된 시집살이가 눈에 아른 거립니다.

 

아버지는 읍사무소의 서기로 가난한 공무원 생활을 하셨습니다. 형님을 낳고, 누나를 낳고 자식들이 하나 둘 늘어나자 제급을 받아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 한 칸 월세 방이었지만 고된 시집살이 하지 않아도 되었는지 어머니는 그때 할머니에게서 받아온 일본식 냄비 하나를 오랫동안 아끼셨습니다. 냄비를 쓰다 쓰다 낡아졌을 때 나중에는 집에서 키우는 개밥그릇으로 사용하실 정도로 알뜰하게 사셨습니다. 그시절 다 그렇게 살았다고 하지만 다 낡아진 속옷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으시고, 걸레로 사용하시곤 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가난한 공무원의 월급에 만족하지 못했던 아버지는 사업을 하신다고 박차고 나와 사업을 벌이셨지만 세 번의 실패 끝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무능력한 아버지의 모습 속에 아이들 밥을 먹이겠다고 보따리 장수를 시작하셨습니다. 장날에는 난전에서 옷을 펴놓고 팔았고, 주중에는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이동네 저동네 다니며 파는 옷장수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세 살짜리 어린 아들을 집에 두고 어떻게 장사를 하러 나가셨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장사를 시작했을 때 어머니 나이가 불과 스물 아홉 살. 먹을 것 입을 것 걱정하지 않는 부유한 농가의 장녀로 태어나 고생한번 하지 못했던 어머니께서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4남매를 책임지는 그 힘든 일을 서른 살에 시작을 한 것입니다.

 

장사를 한다고 집안 살림을 누가 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늦은 시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 저녁 밥을 마련해 자식들 앞에 두고 한 술 뜨시고 골아떨어지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장날 어머니가 옷 보따리를 시장에 옮겨 달라고 하면, 친구들이 이사 가냐고 묻는 것이 싫어서 창피함이 앞서 이리저리 핑계대던 철부지 어린 시절이 몹시도 후회가 됩니다.

 

어머니는 막내인 내가 미국에 간다고 김포공항에서 공항이 떠나가도록 우셨습니다. 지금 가면 언제 보느냐고... 그 후 어머니는 미국을 두 번이나 다녀가셨지만 두 번째 오셨던 때에는 식사도 못하시고, 시름시름 잠만 주무시다 한국에 돌아가셨는데 병원에 검진을 받았더니 췌장암 말기였습니다. 두 달 만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말았습니다.

 

어렵게 어머님 병문안을 갔을 때 병마와 촌각을 다투면서도 막내 아들 자랑이며, 행여라도 피곤할까봐 밤새 쪽잠을 자는 저를 안쓰러워하시며 걱정하셨습니다. 늦게 믿게 된 하나님을 왜 인제야 믿었는지 모르겠다고 천국이 분명히 있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전도하셨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님은 66세에 짧은 삶을 마치시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날이 되면 고생만 하다 떠나신 어머님의 희생이 떠올라 죄송하고, 그 사랑이 그립고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어머님의 나이가 되어보니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이제야 조금씩 느껴지고 알아갑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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