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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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Davis를 다녀왔습니다.(이상래 목사)
2012.08.13 19:06
미국에서는 자녀들이 장성해서 대학을 갈 때가 곧 시집을 보내는 것과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만,
이런 일이 저에게도 닥칠 줄을 잘 몰랐습니다.
저도 어린 나이였던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 곁인 고향을 떠나서 천안으로 유학을 가서 결혼할 때까지 오랜 기간을 혼자서 지내야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사는 것이 참 좋게만 여겨졌습니다.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혼자서 고학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영웅담처럼 느껴져 혼자서 생활하면 저도 그렇게 다 잘 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혼자 텅 빈 자취방에 떨어져 지낼 때 제가 훈련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방을 청소하는 것, 식사를 해 먹는 것, 빨래하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등 모든 것이 훈련이 안된 상태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생활은 결국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 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집을 떠나는 순간 세상으로 한 발자욱 내 딛는 것이었습니다.
딸 하은이가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새크라멘토 근처에 있는 UC Davis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는데 지난 수요일 오전 12시 30분부터 금요일 오후1시까지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처음으로 그 먼 길을 운전하고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422마일이나 되는데, 학교를 진학하기는 했어도 학교 투어를 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은 딸아이나 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딸아이를 태우고 5번 고속도로를 타고 긴 시간을 운전하는데, 목회에 바쁘다는 핑계로 필요로 할 때 잘 해 준 것이 없는 것이 마음이 아려 왔습니다.
더 잘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몰려옵니다.
대학에 간다고 처음으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면서 비로소 아빠 노릇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등록을 마치고 기숙사를 둘러보았습니다.
아내는 꼼꼼하게 딸이 지내게 될 방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수건걸이는 있는지, 수납장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옷장은 제대로 있는지, 샤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한 번도 침대 시트를 갈아본 적이 없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시트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시범을 보였지만 시큰둥한 표정이 이제 빨리 갔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오리엔테이션 아침에 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를 어떻게 축복할까 생각하다가 여호수아 1장 5-9절까지의 말씀을 들려주었습니다.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하는데 갑작스럽게 하나님의 마음이 떠오릅니다.
혼자 떠나보내야 하는 딸을 축복하는데 갑작스럽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나는 딸을 오리엔테이션에 보내는데도 이렇게 마음이 허전하고 걱정스러운데 하나님은 어떻게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을까? 그것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한 제물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위해 어떻게 보내셨을까? 모든 것을 다 아시면서도 어떻게 이 놀라운 구원 계획을 생각하시고 실천하셨을까?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자주 잊고 사는 내 모습이 죄송스러웠습니다.
2박 3일 오리엔테이션 시간 내내 딸이 궁금해 언제나 전화가 올까 기다렸지만 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기다리다가 결국 몇 번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에 몇 시까지 도착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가 딸랑 도착해 있습니다.
반가움에 걱정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사라집니다.
교회와 집을 떠나서 이제 세상에 나가는 첫 걸음을 그렇게 디뎠습니다.
딸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똑같은 모습으로 걱정하시고 기다리실 모습을 생각하면서 감사하기도 했고, 하나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이 더 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