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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기

2013.11.11 00:22

관리자 조회 수:944

 정리하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쓸 것 못 쓸 것 구별하여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버리기가 아까와 쌓아놓기만 하면 일 년이 가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그대로 갖고만 있어 쌓아놓기는 했지만 사용도 한 번 못하고 쓸모없이 빈 공간만 차지하는 쓰레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꼭 필요할 때 사용하고 남은 것은 버리든지, 아니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도 용기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잘 버리질 못합니다. 제가 자라날 때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알뜰하게 사용하시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저희들이 입던 속옷을 버리지 않고, 걸레로 끝까지 사용했던 것도 그렇고, 양말을 끝까지 기워서 신게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할머니 댁에서 함께 사시다가 독립해서 나올 때 주셨던 놋그릇과 냄비를 제가 대학 다닐 때까지 가끔씩 꺼내서 닦아 윤을 내기도 하셨고, 냄비는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개 밥그릇으로 사용할 정도로 알뜰하게 사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을 배워서인지 일단 제 손에 들어오면 잘 버리지 못하다 보니 하나 둘, 공간만 차지하고 정리가 안 되어 있게 되었습니다.

 

 목양 실도 그렇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중국차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어느 순간부터 먹지 않는 차들도 잔뜩 쌓아 두고 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차는 기호성 식품이어서 개봉한지 3개월안에 먹으면 좋습니다. 일 년 이년 지나다보면 차의 맛과 향이 다 빠져서 결국은 원래의 향과 맛을 잃어버립니다.  모아 놓는 특성상 저도 모르게 차를 하나 둘씩 모아놓기만 한 것을 오늘 발견했습니다. 나누어 주려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또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쌓아만 놓다 보니, 깨끗했던 목양 실이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순간에 여러 가지 없어도 될 물건이 많이 쌓여져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자각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한 순간에 많아진 것이 아니라 일주일 혹은 한 달 혹은 몇 달에 걸쳐서 하나씩 늘어나는 물건들은, 그때마다 필요했기도 했고, 요긴해서 남겨두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못 쓰는 물건으로 변한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잘 버리지 못하는 저와 반대로 아내는 정리를 잘 합니다. 오늘은 무슨 맘을 먹었는지 목양 실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기로 작정을 하고 들어왔나 봅니다. 저보고 이것은 쓰는 물건인지 안 쓰는 물건인지 물어보더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합니다. 

 

  제가 읽고 놔두었던 오래된 잡지부터 시작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 종이들까지 어떻게 찾아냈는지 모두 찾아내어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모두 꺼내 놓아서 한꺼번에 버릴 것을 버리고, 남겨둘 것은 정리하여 같은 물건들, 중복된 물건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정돈해 놓자 다시 요긴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목양 실에 과도가 자주 없어졌다고 했는데, 정리하다 보니 어느 한 박스에 몇 개씩 들어가 있는 것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정리하려고 물건을 꺼내 놓았을 땐 마치 쓰레기더미 같았는데 정리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제자리에 하나씩 넣다보니 정돈도 되고, 마음마져 깨끗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가끔씩은 정기적으로 정리해서 내게 필요하지 않는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줘고, 꼭 필요한 것은 한데로 모아 깨끗하고 보기 좋게 써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정리하지 않으면 있어도 사용도 못하는 쓰레기처럼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내면을 채운 신앙도 가끔씩 이렇게 끄집어내어 정리하고 깨끗이 청소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버려야 하는 미운 마음, 게으른 생각,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마음, 두려워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믿음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모두 십자가의 보혈로 씻고, 성령의 불로 태워서 정결하여 깨끗한 마음으로 예수님만 모시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리를 잘하려면 잘 버려야 하는데 결단이 필요합니다. 마음속에 삶에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악하고 더러운 것들을 모두 버리고 깨끗하고 청결한 마음으로 주일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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