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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간난 권사님이 소천하셨습니다.
2012.12.07 18:24
심방을 갈 때 마다 기분 좋은 심방이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만나서 가게 되면 목사의 마음도 무겁고, 또 아픕니다. 또 어떤 가정은 힘들기는 하지만 예수님을 굳게 붙잡고 믿음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이간난 권사님 댁에 심방 갈 때마다 늘 기뻤던 것은 권사님께서 믿음의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권사님을 처음 뵈었을 때에는 허리가 90도로 굽혀져 있었습니다.
지팡이 끝을 잡을 수 없어서 중간 부분을 붙잡고 예배 때마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기쁘게 예배를 드리던 모습이 권사님과의 처음 만남이었습니다. 처음 뵀을 때가 92세 한국 나이로 93세였지만 정정하셨고, 매 주마다 손을 잡고 예배드리는 것을 감사하셨습니다.
전화를 드리고 심방을 갈 때면 소녀처럼 기다리셨고, 방을 깨끗하게 치우셔서 정갈하게 사셨던 권사님의 성품을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허리는 굽으셨지만 처음 심방 갔던 날 아파트 뒷문을 보여 주시면서 저 곳에다 텃밭을 일구어서 여러 가지 채소를 길러 드시고, 나눠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오래전에 나눠드린 예수님의 축 부활이 쓰인 성화를 벽에 걸어다 놓고 아침에 일어나시면 예수님께 먼저 기도와 찬양을 드린 후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셨습니다.
색동이 들어간 예쁜 방석 하나를 기도하는 방석으로 별도로 구분해 놓고 기도할 때만 앉는 방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목사가 왔다고 그 예쁜 방석에 앉아서 말씀을 전할 수 있는 특권을 주셨습니다.
한 해 한 해 연세가 들어가시면서 교회에 나오시는 횟수가 점점 줄어 드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교회를 늘 그리워하시고 예배를 그리워 하셨습니다.
권사님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때면 소녀 같은 얼굴을 함빡 지으시면서 이제는 이빨이 다 빠지고 틀니가 되어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고 하시면서도 “옛날 어느 동네에 왕구 삼촌 하나가 살았는데 …….”하시면서 옛날 유행가를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머리도 총명하셔서 최근까지는 아니어도 70년대 유행가까지 불러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꼭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로 찬송을 부르시며 마무리 하셨습니다.
권사님이 사셨던 지나간 99년은 참 역동기의 삶을 사셨습니다.
일제의 강점기를 지내셨고, 해방을 경험하셨고, 6, 25를 경험하시면서 민족의 아픔을 경험하셨고, 4.19 학생 운동, 5. 16 군사 정권 등 많은 변혁기를 사셨습니다. 그러면서 장남인 큰 아들을 6. 25때 행방불명되어 늘 그 아들의 젊은 때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아드님을 잊지 않고 사셨습니다.
1980년 미국에 이민 오시면서 권사님은 우리교회에 나오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드님이신 이 종수 집사님과 더불어 예수님을 믿게 되고, 침례를 받으셨습니다.
권사님은 참 다복한 가정을 두셨습니다. 비록 큰 아들을 6. 25 난리 통에 소식을 모르는 행방불명자가 되어 가슴에 큰 짐처럼 평생을 안고 사셨지만 이 종수 집사님은 군인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고, 따님을 의사로, 또 간호사로 훌륭하게 자녀들을 키우셨습니다. 무엇보다 장손인 이두영 형제님은 화가이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노년기를 옆에서 그림자처럼 섬겨 주셨습니다. 권사님께 갈 때마다 권사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요구르트며, 부드러운 빵이며, 좋은 녹차며 일일이 건강을 지켜주어 더 오래 사실 수 있었습니다.
권사님께 지난봄에 하나 약속을 했습니다.
권사님이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100세이신데 교회에서 꼭 100세 잔치를 열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좋아하셨던 권사님이신데 그 100세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지난 월요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제 권사님은 먼저 가신 남편 집사님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삶을 시작하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록 조금 먼저 가셨지만 많은 수를 누리시고 믿음으로 영생을 얻으신 권사님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권사님의 소녀와 같은 미소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권사님 하늘에서 주님과 함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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